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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MyMars
시필사 & 시낭독/너에게 들려주는 시

소원 -고민형

by 박지은(MyMars) 2023. 7. 31.

[너에게 들려주는 시. 110] 

 

https://youtu.be/p4iTJyHgep4

 

건전지처럼 내 잠을 빼주고 싶다.
아니,
네 잠의 곁에서 내가 너의 불면이고 싶다.

 

고민형 - 소원

  불면은 깜박 존다. 졸았다는 사실에 놀라서 다시 깨고 눈을 감고 다시 깜박. 새벽은 파랗다. 불면은 한 번도 불면인 적 없다. 창밖으로 마을버스가 지나간다. 불면은 커피를 마시고, 불면은 따듯한 물로 목욕한다. 전자레인지에 우유가 돌아가는 모습을 지켜본다. 불면이 속삭인다. 어느 날은 한 단어, 한 단어가 사랑스럽고 너무 많은 비밀을 말한다. 말을 만들어가면 될 것 같다. 된다니. 무엇이 된다는 말일까. 불면은 학교에 가고 시험을 친다. 전봇대에 참새가 여러 마리 앉아 있고 그것을 세야 한다. 한 마리를 세면 두 마리가 날아가고, 그런데 네가 아직 자고 싶을 때 내가 허락할 때까지만 잘 수 있어. 그 사람은 무섭다. 아니, 또 네가 자는 동안 네 잠의 곁에서 오직 내가 있을게. 그는 수다쟁이다. 나는 잔다. 나와 잠 사이에 뭐가 더 있을 것 같다. 사람처럼 말하고 이불처럼 구겨져 있다가 따뜻하게 나를 덮어주고 소스라치게 놀랄 정도로 차가운 것이 있다. 그게 뭘까. 그게 뭐든. 제발, 불면이게 해주세요. 깜빡 잠이 들면 영생을 주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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