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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MyMars
시필사 & 시낭독/너에게 들려주는 시

사랑의 형태 - 안희연

by 박지은(MyMars) 2023. 2. 17.

[너에게 들려주는 시. 85] 

https://youtu.be/BEuwJ1PGBcQ

 

아무리 아닌 척하려 해도

나도 모르게 힘차게 꼬리를 흔들고 있는,

 

너를 보면 어쩔 수 없이

커다란 멍멍이가 되어 버린다.

 

내 목줄을 잡을 수 있는 유일한 사람,

나의 발렌타인.

 

 

사랑의 형태 - 안희연

 

버리려고 던진 원반을 기어코 물어 온다

쓰다듬어달라는 눈빛으로

숨을 헐떡이며 꼬리를 흔드는

 

저것은 개가 아니다

개의 형상을 하고 있대도 개는 아니다

 

자주 물가에 있다

때로는 덤불 속에서 발견된다

작고 노란 꽃 앞에 쪼그려 앉아

다신 그러지 않을게, 다신 그러지 않을게

​울먹이며 돌아보는

 

슬픔에 가까워 보이지만 슬픔은 아니다

온몸이 잠길 때도 있지만

겨우 발목을 찰랑거리다 돌아갈 때도 있다

 

물풀 사이에 숨은 물고기처럼

도망쳤어도 어쩔 수 없이 은빛 비늘을 들키는

풀리지 않는 매듭이라 자신했는데

이름을 듣는 순간 그대로 풀려버리는

 

깊은 바닷속 잠수함의 모터가 멈추고

눈 위에 찍힌 발자국들이 소리 없이 사라진다

 

냄비 바닥이 까맣게 타도록 창밖을 바라보는 사람에게는

​언제나 등 뒤에 있는

이 모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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