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시필사. 285일 차]
내가 달의 아이였을 때 - 안희연
매일 아침 바구니를 들고 집을 나선다
빛기둥 아래 놓인 색색의 유리구슬
갓 낳은 달걀처럼 따뜻한 그것을 한가득 담아 돌아오면
할아버지는 유리구슬을 넣어 빵을 굽는다
빵 하나에 구슬 하나
모양은 제각각이지만 향긋하지 않은 것은 없다
실수로 구슬 하나를 떨어뜨린 날
할아버지께 호되게 혼이 났다
아가야, 저 침묵을 보거라
한 사람이 영원히 깨어나지 못하게 되었구나
흩어진 유리 조각 틈에서
물고기 한마리가 배를 뒤집고 죽어 있었다
손그릇을 만들어 물고기를 담으니
기린처럼 목이 길어졌다
할아버지, 영원은 얼마나 긴 시간이에요?
파닥거릴 수 없다는 것은
빛나는 꼬리를 보았다
두 눈엔 심해가 고여 있었다
층층이 빵을 실은 트럭이
지상을 향해 가는 동안
한없이 길어진 목으로
삶이 되지 못한 단 하나의 영원을 생각했다
손톱 밑에 박힌 유리 조각을 빼내고 싶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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