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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MyMars
시필사 & 시낭독/2021 시필사 : 1일 1시

내가 달의 아이였을 때 - 안희연

by 박지은(MyMars) 2021. 10. 12.

[2021 시필사. 285일 차]

내가 달의 아이였을 때 - 안희연

 

매일 아침 바구니를 들고 집을 나선다

빛기둥 아래 놓인 색색의 유리구슬
갓 낳은 달걀처럼 따뜻한 그것을 한가득 담아 돌아오면 

할아버지는 유리구슬을 넣어 빵을 굽는다
빵 하나에 구슬 하나
모양은 제각각이지만 향긋하지 않은 것은 없다

실수로 구슬 하나를 떨어뜨린 날
할아버지께 호되게 혼이 났다
아가야, 저 침묵을 보거라
한 사람이 영원히 깨어나지 못하게 되었구나

흩어진 유리 조각 틈에서 
물고기 한마리가 배를 뒤집고 죽어 있었다

손그릇을 만들어 물고기를 담으니
기린처럼 목이 길어졌다 

할아버지, 영원은 얼마나 긴 시간이에요?
파닥거릴 수 없다는 것은 

빛나는 꼬리를 보았다
두 눈엔 심해가 고여 있었다

층층이 빵을 실은 트럭이 
지상을 향해 가는 동안 

한없이 길어진 목으로
삶이 되지 못한 단 하나의 영원을 생각했다
손톱 밑에 박힌 유리 조각을 빼내고 싶지 않았다

 

#내가달의아이였을때 #안희연 #시필사 #닙펜 #딥펜 #펜글씨 #손글씨 #매일시쓰기 #1일1시 #하루에시한편 #이른아침을먹던여름 #thatsummerwithy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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