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시필사. 283일 차]
눈물이 온다 - 이병률
왜 눈이 온다, 라고 하는가
비가 온다, 라고 하는가
추운 날
전철에 올라탄 할아버지 품에는 작은 고양이가 안겨 있다
고양이는 이때쯤이 안전하다고 생각했는지
할아버지 어깨 위로 올라타고
사람들 구경한다
고양이는 배가 고픈지 울기 시작하는데
울음소리가 컸다
할아버지는 창피한 것 같았다
그때 한 낯선 청년이 주머니에서 부스럭대며 뭔가를 꺼내
작은 고양이에게 먹였다
사람들 모두는 오독오독 뭔가를 잘 먹는 고양이에게
눈길을 가져갔지만 나는 보았다
그 해쓱한 소년이 조용히 사무치다가
그렁그렁 맺힌 눈물을 안으로 녹이는 것을
어느 민족은 가족을 애도중이라는 사실을 알리기 위해
외출할 때 옷깃을 찢어 표시하고
어느 부족은 성인이 되겠다는 다짐으로
성기의 끄트머리를 잘라내면서 지구의 맨살을 움켜쥔다
그리고 그들을 제외한 누군가는
눈물을 흘리면서 심장에 쌓인 눈을 녹이고
누군가는 눈물을 흘리면서
가슴에 등불을 켠다
#눈물이온다 #이병률 #시필사 #닙펜 #딥펜 #펜글씨 #손글씨 #매일시쓰기 #1일1시 #하루에시한편 #이른아침을먹던여름 #thatsummerwithyou
반응형
'시필사 & 시낭독 > 2021 시필사 : 1일 1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내가 달의 아이였을 때 - 안희연 (0) | 2021.10.12 |
---|---|
바다 일기 - 이해인 (0) | 2021.10.12 |
님의 침묵 - 한용운 (0) | 2021.10.09 |
사막 - 이성복 (0) | 2021.10.09 |
울음 - 이성복 (0) | 2021.10.0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