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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필사 & 시낭독/2021 시필사 : 1일 1시

눈물이 온다 - 이병률

by 박지은(MyMars) 2021. 10. 10.

[2021 시필사. 283일 차]

눈물이 온다 - 이병률

 

왜 눈이 온다, 라고 하는가

비가 온다, 라고 하는가

 

추운 날

전철에 올라탄 할아버지 품에는 작은 고양이가 안겨 있다 

 

고양이는 이때쯤이 안전하다고 생각했는지

할아버지 어깨 위로 올라타고

사람들 구경한다 

 

고양이는 배가 고픈지 울기 시작하는데

울음소리가 컸다

할아버지는 창피한 것 같았다 

 

그때 한 낯선 청년이 주머니에서 부스럭대며 뭔가를 꺼내

작은 고양이에게 먹였다 

 

사람들 모두는 오독오독 뭔가를 잘 먹는 고양이에게

눈길을 가져갔지만 나는 보았다 

 

그 해쓱한 소년이 조용히 사무치다가

그렁그렁 맺힌 눈물을 안으로 녹이는 것을 

 

어느 민족은 가족을 애도중이라는 사실을 알리기 위해

외출할 때 옷깃을 찢어 표시하고 

 

어느 부족은 성인이 되겠다는 다짐으로

성기의 끄트머리를 잘라내면서 지구의 맨살을 움켜쥔다 

 

그리고 그들을 제외한 누군가는

눈물을 흘리면서 심장에 쌓인 눈을 녹이고 

 

누군가는 눈물을 흘리면서

가슴에 등불을 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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