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바람속으로1 밤, 바람 속으로 - 나희덕 [2019 매일 시필사 - 15일 차. 2019.10.04 23:56] 밤, 바람 속으로 - 나희덕 아버지 저를 업었지요. 별들이 멀리서만 반짝이던 밤 저는 눈을 뜬 듯 감은 듯 꿈도 깨지 않고 등에 업혀 이 세상 건너갔지요. 차마 눈에 넣을 수 없어서 꼭꼭 씹어 삼킬 수도 없어서 아버지 저를 업었지요. 논둑길 뱀딸기 밑에 자라던 어린 바람도 우릴 따라왔지요. 어떤 행위로도 다할 수 없는 마음의 표현 업어준다는 것 내 생의 무게를 누군가 견디고 있다는 것 그것이 긴 들판 건너게 했지요. 그만 두 손 내리고 싶은 세상마저 내리고 싶은 밤에도 저를 남아 있게 했지요. 저는 자라 또 누구에게 업혔던가요. 바람이 저를 업었지요. 업다가 자주 넘어져 일어나지 못했지요. #밤바람속으로 #나희덕 #시필사 #손글씨 #.. 2020. 6. 28. 이전 1 다음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