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희덕2 푸른 밤 – 나희덕 [2020 시필사. 38일 차] 푸른밤 – 나희덕 너에게로 가지 않으려고 미친 듯 걸었던 그 무수한 길도 실은 네게로 향한 것이었다. 까마득한 밤길을 혼자 걸어갈 때에도 내 응시에 날아간 별은 네 머리 위에서 반짝였을 것이고 내 한숨과 입김에 꽃들은 네게로 몸을 기울여 흔들렸을 것이다. 사랑에서 치욕으로, 다시 치욕에서 사랑으로, 하루에도 몇번씩 네게로 드리웠던 두레박. 그러나 매양 퍼올린 것은 수만 갈래의 길이었을 따름이다. 은하수의 한 별이 또 하나의 별을 찾아가는 그 수만의 길을 나는 걷고 있는 것이다. 나의 생애는 모든 지름길을 돌아서 네게로 난 단 하나의 에움길이었다. #푸른밤 #나희덕 #시필사 #펜글씨 #손글씨 #닙펜 #딥펜 #매일프로젝트 #이른아침을먹던여름 #thatsummerwithyou 2020. 7. 22. 밤, 바람 속으로 - 나희덕 [2019 매일 시필사 - 15일 차. 2019.10.04 23:56] 밤, 바람 속으로 - 나희덕 아버지 저를 업었지요. 별들이 멀리서만 반짝이던 밤 저는 눈을 뜬 듯 감은 듯 꿈도 깨지 않고 등에 업혀 이 세상 건너갔지요. 차마 눈에 넣을 수 없어서 꼭꼭 씹어 삼킬 수도 없어서 아버지 저를 업었지요. 논둑길 뱀딸기 밑에 자라던 어린 바람도 우릴 따라왔지요. 어떤 행위로도 다할 수 없는 마음의 표현 업어준다는 것 내 생의 무게를 누군가 견디고 있다는 것 그것이 긴 들판 건너게 했지요. 그만 두 손 내리고 싶은 세상마저 내리고 싶은 밤에도 저를 남아 있게 했지요. 저는 자라 또 누구에게 업혔던가요. 바람이 저를 업었지요. 업다가 자주 넘어져 일어나지 못했지요. #밤바람속으로 #나희덕 #시필사 #손글씨 #.. 2020. 6. 28. 이전 1 다음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