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14년 - 김행숙
[2021 시필사. 146일 차] 1914년 - 김행숙 당신은 마음을 흙이라고 생각하는가 봐요. 파고, 파고, 파다 보면 100년 전 호텔도 그곳에 들일 수 있다는 듯이, 많은 사람들이 그곳에 다녀갔다는 듯이, 죽은 사람들도 복도를 돌아다닌다는 듯이, 한밤중의 창문에 나타나는 눈동자들은 텅 비어 있곤 했는데...... 그런 창문이라면, 그런 눈동자라면, 그곳에 하염없이 글을 쓸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봐요. 당신은 왜 글을, 글을, 글을 써야 한다고 생각하세요? 마음이 흙이라면, 눈에 들어가는 흙, 손톱 발톱에 까맣게 차오르는 흙, 뿌리가 생기고 바람 부는 들판이 생기고 어딘가에 한 마리 짐승을 숨기고 내놓지 않는 흙, 한 마리 짐승이 먹잇감이라면, 사냥을 준비하며 더욱 예민해지는 짐승들이 잔뜩 웅크리고 ..
2021. 5. 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