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시필사. 167일 차]
누구에게나 지독한 저녁 - 박연준
누군가 좋아지면 도망가고 싶어요 뒤를 모르는 곳으로
코와 눈만 겨우 가늠할 수 있는 곳으로
아니, 가늠할 수 없는 곳으로
당신과 나 사이 겹벚꽃나무와 층층나무,
봄이라는 모호한 전쟁
당신과 나 사이
건널 수 없는 다리들
전깃줄을 타고 빛으로 갈까요
(((도망)))
가죠,
얼굴이 그물이 되어 얼굴을 낚고,
잡히지 않고 싶어요 말한 후 잡히면,
알게 되는 옥상,
알게 되는 응달,
알게 되는 미래,
알게 되는 이름표,
저녁은 흐리멍덩하게 오죠
그게 문제예요
주머니가 없는 사람 당신은
무엇도 담지 못하는 사람
빗방울도 어린 꽃잎도 처음 세상에 내려오는 눈송이도
당신을 스쳐 가죠
사랑의 앞발이
비밀을 하나둘 거둬 갈 때,
야울야울 타는 저녁 창
야울야울 타는 그림자
견디죠, 누구든 그걸
견딜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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