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시필사. 169일 차]
나는 바람일까 - 양성우
이순간에 나는 햇살을 받고 은빛으로 부서지는
잔물결인지도 몰라
잔물결들 위에 까닭도 없이 스며드는 미루나무의
긴 그림자인지도 몰라
나는 바람인지도 몰라 가볍게 갈대밭을 스치는
바람인지도 몰라 바람에 날리는 먼지인지도 몰라
아무래도 나는 아무것도 아닌지도 몰라
어느 때인가는 사라지기 위해서 내가 이곳에 왔다면
처음부터 오지 않은 것과 무엇이 다른가
나는 또다시 소용돌이치며 흐르는 썰물이 되려고
애써 밀고 올라오는 흐린 밀물인지도 몰라
나는 어쩌면 안개인지도 몰라 이슬인지도 몰라
그래 나는 정말 아무것도 아닌지도 몰라
아무것도 아닌 것들 위에서는 더욱 아무것도 아닌
헛것인지도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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