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시필사. 127일 차]
시간 - 김창완
아침에 일어나 틀니를 들고
잠시 어떤 게 아래쪽인지
머뭇거리는 나이가 되면
그때 가서야 알게 될 거야
슬픈 일이지
사랑 때문에 흘리는 눈물이
얼마나 달콤한지
그게 얼마나 달콤한지
얼마나 달콤한지
그걸 알게 될 거야
영원히 옳은 말이 없듯이
변하지 않는 사랑도 없다
그 사람이 떠난 것은
어떤 순간이 지나간 것
바람이 이 나무를 지나
저 언덕을 넘어간 것처럼
유치한 동화책은
일찍 던져버릴수록 좋아
그걸 덮고 나서야
세상의 문이 열리니까
아직 읽고 있다면
다 읽을 필요 없어
마지막 줄은 내가 읽어줄게
왕자와 공주는
그 후로도 오랫동안
행복하게 잘 살았답니다
그게 다야
왜 이 이야기를 시작했는지 모르겠다
사실 시간은 동화 속처럼 뒤엉켜 있단다
시간은 화살처럼 앞으로 달려가거나
차창 밖 풍경처럼 한결같이
뒤로만 가는 게 아니야
앞으로도 가고 뒤로도 가고
멈춰 서있기도 한단다
더 늦기 전에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
모든 생명은 아름답다
모든 눈물이 다 기쁨이고
이별이 다 만남이지
사랑을 위해서 사랑할 필요는 없어
그저 용감하게 발걸음을 떼기만 하면 돼
네가 머뭇거리면 시간도 멈추지
후회할 때 시간은 거꾸로 가는 거야
잊지 마라
시간이 거꾸로 간다 해도
그렇게 후회해도 사랑했던 순간이
영원한 보석이라는 것을
시간은 모든 것을 태어나게 하지만
언젠간 풀려버릴 태엽이지
시간은 모든 것을 사라지게 하지만
찬란한 한순간의 별빛이지
그냥 날 기억해줘
내 모습 그대로 있는 모습 그대로
꾸미고 싶지 않아
시간이 만든 대로 있던 모습 그대로
시간은 모든 것을 태어나게 하지만
언젠간 풀려버릴 태엽이지
언젠간
새 앨범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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