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시필사. 156일 차]
달빛체질 - 이수익
내 조상은 뜨겁고 부신
태양 체질이 아니었다. 내 조상은
뒤란처럼 아늑하고
조용한
달의 숭배자였다.
그는 달빛 그림자를 밟고 뛰어놀았으며
밝은 달빛 머리에 받아 글을 읽고
자라서는, 먼 장터에서
달빛과 더불어 집으로 돌아왔다.
낮은
이 포근한 그리움
이 크나큰 기쁨과 만나는
힘겨운 과정일 뿐이다.
일생이 달의 자장 속에
갇히기를 원했던 내 조상의 달빛 체질은
지금
내 몸 안에 피가 되어 돌고 있다.
밤하늘에 떠오르는 달만 보면
괜히 가슴이 멍해져서
끝없이 야행의 길을 더듬고 싶은 나는
아, 그것은 모체의 태반처럼 멀리서도
나를 끌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마치
보이지 않는 인력이 바닷물을 끌듯이.
#달빛체질 #이수익 #시필사 #닙펜 #딥펜 #펜글씨 #손글씨 #매일시쓰기 #1일1시 #하루에시한편 #이른아침을먹던여름 #thatsummerwithyou
반응형
'시필사 & 시낭독 > 2021 시필사 : 1일 1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빛의 모퉁이에서 - 김소연 (0) | 2021.06.07 |
---|---|
1막 1장 - 김이듬 (0) | 2021.06.06 |
후두둑 나뭇잎 떨어지는 소리일 뿐 - 이제니 (0) | 2021.06.06 |
손 - 비스와바 쉼보르스카 (0) | 2021.06.03 |
풀 - 김수영 (0) | 2021.06.0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