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시필사. 156일 차]

달빛체질 - 이수익
내 조상은 뜨겁고 부신 
태양 체질이 아니었다. 내 조상은 
뒤란처럼 아늑하고 
조용한 
달의 숭배자였다.  
  
그는 달빛 그림자를 밟고 뛰어놀았으며 
밝은 달빛 머리에 받아 글을 읽고 
자라서는, 먼 장터에서 
달빛과 더불어 집으로 돌아왔다. 
  
낮은 
이 포근한 그리움 
이 크나큰 기쁨과 만나는 
힘겨운 과정일 뿐이다. 
  
일생이 달의 자장 속에 
갇히기를 원했던 내 조상의 달빛 체질은 
지금 
내 몸 안에 피가 되어 돌고 있다.  
  
밤하늘에 떠오르는 달만 보면 
괜히 가슴이 멍해져서 
끝없이 야행의 길을 더듬고 싶은 나는  
아, 그것은 모체의 태반처럼 멀리서도 
나를 끌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마치 
보이지 않는 인력이 바닷물을 끌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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