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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MyMars
시필사 & 시낭독/2021 시필사 : 1일 1시

누가 고양이 입속의 시를 꺼내 올까 - 최금진

by 박지은(MyMars) 2021. 2. 1.

[2021 시필사. 31일 차]

누가 고양이 입속의 시를 꺼내 올까 - 최금진

 

혓바닥으로 붉은 장미를 피워 물고

조심조심 담장을 걷는

언어는 고양이

깨진 유리병들이 거꾸로 박힌 채

날 선 혓바닥을 내미는 담장에서

줄장미는

시뻘건 문장을 완성한다

경사진 지붕을 타 넘으면

세상이 금세 빗면을 따라 무너져 내릴 것 같아도

사람은 잔인하고 간사한 영물

만약 저들이 쳐놓은 포획틀에 걸리기라도 한다면

구름으로 변장하여 빠져나올 것이다

인생무상보다

더 쉽고 허무한 비유는 없으니

이 어둠을 넘어가면

먹어도 먹어도 없어지지 않는 달덩이가 있다

거기에 몸에 꼭 맞는 둥지도 있다

인간에게 최초로 달을 선사한 건 고양이

비유가 아니면

거들떠보지도 않을 테니

흰 접시 위에 싱싱한 물고기 한 마리 올려놓는다

언어는 지느러미를 펄럭이며

하늘로 달아나고

마을은 접시처럼 환하다

가장 높은 지붕 위엔 고양이 한 마리

발톱의 가시로 달덩이를 희롱하고

입으로는 붉은 장미꽃들을 활짝 피워낸다

야옹, 나는 장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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