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시필사. 19일 차]
저, 그늘 - 허형만
사랑이여
저, 그늘 같은 사랑이여
나의 마음이 저만큼 비어
저만큼 넉넉했음 좋겠다
허공이
오체투지로 삼천 배를 바쳐서
마침내 공양하듯 이뤄낸
저, 그늘
슬퍼서 더는 슬퍼할 수 없는 목숨들
기어서도 더는 기어갈 수 없는 목숨들
벗고도 더는 벗을 수 없는 목숨들
주려서 더는 주릴 힘도 없는 목숨들
무량, 무량으로 쌓이는
저, 그늘
고봉으로 들이켰음 좋겠다
사랑이여, 저 그늘 같은 서늘한 사랑이여
나의 마음이 저만큼 비어
저만큼 넉넉하지 않아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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