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시필사. 7일 차]
도시의 눈―겨울 판화版畵 2 - 기형도
도시에 전쟁처럼 눈이 내린다. 사람들은 여기저기 가로등 아래 모여서 눈을 털고 있다. 나는 어디로 가서 내 나이를 털어야 할까? 지나간 봄 화창한 기억의 꽃밭 가득 아직도 무꽃이 흔들리고 있을까? 사방으로 인적 끊어진 꽃밭, 새끼줄 따라 뛰어가며 썩은 꽃잎들끼리 모여 울고 있을까.
우리는 새벽 안개 속에 뜬 철교 위에 서 있다. 눈발은 수천 장 흰 손수건을 흔들며 하구河口로 뛰어가고 너는 말했다. 물이 보여. 얼음장 밑으로 수상한 푸른빛. 손바닥으로 얼굴을 가리면 은빛으로 반짝이며 떨어지는 그대 소중한 웃음. 안개 속으로 물빛이 되어 새떼가 녹아드는 게 보여? 우리가.
#도시의눈 #겨울판화2 #기형도 #시필사 #닙펜 #딥펜 #펜글씨 #손글씨 #매일시쓰기 #1일1시 #하루에시한편 #이른아침을먹던여름 #thatsummerwithyou
반응형
'시필사 & 시낭독 > 2021 시필사 : 1일 1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말 - 장승리 (0) | 2021.01.10 |
---|---|
별 헤는 밤 - 윤동주 (1) | 2021.01.09 |
울음이 타는 가을강 - 박재삼 (0) | 2021.01.09 |
여행 - 나태주 (1) | 2021.01.09 |
내 삶은… - 자크 프레베르 (1) | 2021.01.0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