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시필사. 97일 차]
초혼 - 김소월
산산히 부서진 이름이여 !
허공(虛空) 중에 헤어진 이름이여 !
불러도 주인 없는 이름이여 !
부르다가 내가 죽을 이름이여 !
심중(心中)에 남아 있는 말 한마디는
끝끝내 마저 하지 못하였구나.
사랑하던 그 사람이여 !
사랑하던 그 사람이여 !
붉은 해는 서산(西山) 마루에 걸리었다.
사슴의 무리도 슬피 운다.
떨어져 나가 앉은 산 위에서
나는 그대의 이름을 부르노라.
설움에 겹도록 부르노라.
설움에 겹도록 부르노라.
부르는 소리는 빗겨 가지만
하늘과 땅 사이가 너무 넓구나.
선 채로 이 자리에 돌이 되어도
부르다가 내가 죽을 이름이여 !
사랑하던 그 사람이여 !
사랑하던 그 사람이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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