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매일 시필사 - 16일 차. 2019.10.05 23:20]
옛 노트에서 - 장석남
그때 내 품에는
얼마나 많은 빛들이 있었던가
바람이 풀밭을 스치면
풀밭의 그 수런댐으로 나는
이 세계 바깥까지
얼마나 길게 투명한 개울을
만들 수 있었던가
물 위에 뜨던 그 많은 빛들,
좇아서
긴 시간을 견디어 여기까지 내려와
지금은 앵두가 익을 무렵
그리고 간신히 아무도 그립지 않을 무렵
그때는 내 품에 또한
얼마나 많은 그리움의 모서리들이
옹색하게 살았던가
지금은 앵두가 익을 무렵
그래 그 옆에서 숨죽일 무렵
#옛노트에서 #장석남 #시필사 #손글씨 #닙펜 #딥펜 #백일프로젝트 #카카오프로젝트100 #낯선대학
반응형
'시필사 & 시낭독 > 2019 매일 시필사 (백일 프로젝트)' 카테고리의 다른 글
준비물 - 최대호 (0) | 2020.07.01 |
---|---|
노래 - 자크 프레베르 (0) | 2020.06.30 |
밤, 바람 속으로 - 나희덕 (0) | 2020.06.28 |
지금 세상은 가을을 번역중이다 - 이수정 (0) | 2020.06.27 |
달이 떴다고 전화를 주시다니요 - 김용택 (1) | 2020.06.2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