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오는 강변북로

비가 온다
여름의 끝자락
강물색과 하늘색이 같아졌다
푸른 회색이다
어느 순간
네가 날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별로 중요하지 않아 졌다
너를 향한 나의 마음만이 남아 있고
그것은 너와는 아무 상관없는
내 사정이기 때문이다
네가 너무 힘들어서
너를 사랑하기가 너무 어려워서
나는 결국 병이 났다
너를 싫어하기로 하고
있는 힘을 다해서 밀어낸 후에
도망쳐 나왔는데
이제는
어느 순간
완전히 널 잊은 채로
하루를 살아가고
아주 문득 떠오를 뿐이지만
하늘이 흐리고 온 세상이 회색이고
강변북로의 어느 지점을 지나갈 때
결국은 실패로 남은 그 시간들이 떠오른다
매일 밤 매일 새벽
이곳을 달리며
또 힘들었었다
마음은 늙지 않고 낡는다
낡은 마음은 기울 수 있을까
헤진 부분을 메꿀 수 있는 건
다른 사랑일까
그건 너만 할 수 있는 걸까
니가 싫어
너를 싫어해야 해
왜냐하면
계속 좋기 때문이지
도대체 니가 왜 좋을까
아무리 생각해도 모르겠지만
아니 내가 좋아하는 것을 참으로 많이 갖고 있는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그리고 이제는 나에게 없어진 한 가지
너와의 연결 지점이 그만큼 사라졌다
그냥 네가 사라졌다
아쉽지는 않다
정말 할 만큼 했기 때문이다
죽도록 했는데 안 되는 건 안되는 거지
꺼낼 수 없는 먹먹함이 하나둘 쌓이는 거지
그래서 이렇게 강변북로를 달릴 때면
떠오르는 이야기들 중 하나.
- 8/20 비 오는 강변북로.
https://youtube.com/shorts/M1ILzLVVR5g?si=FyMjx0qJtz2iHkDn
백일홍은 여전히 모르지만
능소화는 이제 알게 되었습니다.
#그여름의끝 #너에게들려주는시 #나의화성 #MyMar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