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 공부/독서 기록

젊은 의사의 수기.모르핀 - 미하일 불가코프 지음, 이병훈 옮김

박지은(MyMars) 2026. 4. 11. 00:32
을유세계문학전집 41
을유문화사 세계문학전집을 순서대로 매달 한 권씩 함께 읽어나가는 1x 년 프로젝트,
12번째 모임.

[을유문화사 세계문학전집 완독 모임 #12 - 젊은 의사의 수기.모르핀]

 

미하일 불가코프는 블라디미르 달리, 안톤 체호프로 이어져 온 러시아 의사 작가의 계보를 20세기에 잇는 인물이다.

키예프 의대를 졸업하고 1916년부터 스몰렌스크 현의 시골 병원에서 실제로 근무했으며, '젊은 의사의 수기'는 그 1년간의 체험을 지명만 바꾼 채 그대로 재현한 작품이다. 7편의 연작 단편 모두 잡지 '의료인'에 발표되었고, 불가코프 사후 23년이 지난 1963년에야 단행본으로 묶였다.

자전적 체험의 정밀한 문학적 변환, 러시아 문학사 안에서의 계보적 위치, 그리고 의료 현장을 통해 혁명기 러시아 사회 전체를 압축한 구조적 깊이를 지닌 작품이다.

 

젊은 의사의 수기를 처음 읽을 때는 시골에 내려간 초보 의사가 시행착오를 겪으며 조금씩 익숙해지는 이야기로 읽혔다. 시트콤처럼 코믹한 순간들도 있고, 인간의 두려움이 현실감 있게 잘 드러나 있어 무겁지 않게 재미있게 읽히긴 했지만, 솔직히 이 작품이 왜 세계문학전집에 포함될 만큼의 가치가 있는지는 잘 와닿지 않았다.

 

그런데 해설을 읽고 나서 같은 텍스트가 완전히 다르게 보이기 시작했다.

이 이야기가 단순한 의학 체험기가 아니라 러시아 혁명 이후의 사회를 살아가는 개인의 불안과 구조를 담고 있다는 해석을 접한 순간, 그동안 아무렇지 않게 지나쳤던 장면들이 하나씩 걸리기 시작했다.

 

미하일 불가코프는 실제 의사였기 때문에 작품 속 의료 장면은 유난히 생생하다.

그런데 그 사실성보다 더 중요하게 느껴진 것은 '왜 하필 초보 의사인가'라는 질문이었다.

경험은 부족한데 책임은 무겁고, 시스템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데도 누군가는 그 안에서 홀로 모든 것을 감당해야 한다. 이건 의료 현장만의 이야기가 아니라 당시 러시아 사회 전체를 압축해 놓은 것처럼 읽혔다.

준비되지 않은 상태로 현장에 던져진 개인, 그리고 그 긴장과 불안이 이야기 전체를 계속 흔들고 있었다.

 

이 작품은 어떤 체제도 직접적으로 비판하지 않는다. 대신 설명되지 않는 불안과 반복되는 혼란을 보여준다.

환자를 살릴 수 있을지 모르는 두려움, 판단을 내려야 하는 순간의 압박, 그 모든 것을 혼자 감당해야 한다는 감각이 텍스트 안에 내내 흐른다.

그래서 이 작품은 두 겹으로 읽힌다. 겉으로 보면 개인의 성장 이야기인데, 조금만 거리를 두고 보면 시대의 이야기로 확장된다. 특정한 시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경험이 부족한 개인이 과도한 책임을 떠안는 상황은 지금도 낯설지 않다.

 

어린 시절에는 납작한 독서를 했다. 그저 내가 보고 이해하는 것들에 한정되어 있었다.

고전이 된 문학 작품들은 한 번에 다 보이는 것이 아니라는 걸 이번에도 다시 느꼈다.

사람은 아는 만큼 본다는 말도 새삼 떠올랐다.

 

나이가 들수록 성장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내가 모르는 것이 더 많음을 인정하고, 보이지 않던 층위를 보려는 시도를 멈추지 않아야 한다.

이것이 우리가 계속 공부해야 하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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