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리기에 방향이 확실하고 무겁기에 발자국이 깊다
황상이 처음 다산을 찾아왔을 때 이렇게 말했다. “선생님, 저에게는 세 가지 단점이 있습니다. 너무 둔하고, 앞뒤가 꽉 막히고, 사리분별을 못합니다.” 그러자 다산은 이렇게 가르쳐줬다.
배우는 사람에게는 큰 병통이 세 가지가 있다.
첫째, 한 번 보고 척척 외우는 사람은 그 뜻을 음미하지 않아 금세 잊어버린다.
둘째, 제목만 던져 줘도 글을 짓는 사람은 똑똑할지언정 글이 가볍다.
셋째, 한 마디만 해도 금세 알아듣는 사람은, 곱씹지 않아 깊이가 없다.
당장 보기에 뛰어난 재능에는 한계가 있다. 자기 재능만 믿어 게을러질 수 있고, 스스로 노력하지 않기에 깊은 학문을 이룰 수 없고, 얼핏 보아도 알게 되므로 고민이라는 과정을 거치지 않게 된다. 차라리 처음에 좀 아둔해도 알고자 하는 열의, 생각에 생각을 거듭해 도달한 깊은 깨달음이 학문에서는 더 가치가 있다. 스승이 일깨워준 '새로운 자신'을 돌아본 황상은 단점을 발판삼아 배움에 정진해, 훗날 추사 김정희도 인정할 정도의 명문장가가 되었다.
당장 무언가를 보여주기 위해 조급해할 필요는 없다. 또 단기적인 실적에 집착해서 초조해할 것도 없다. 처음에는 반짝반짝 빛나던 인물들이 어느 순간부터 사라지는 까닭은 모두 초조함과 조급함 때문이다. 어떤 일이든 눈앞의 성과에 일희일비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자기가 맡은 일을 묵묵히 해내면서, 꾸준히 자신을 연마하는 사람이 결국에는 이긴다.
<순자> 에는 "멈추지 않고 새기면 쇠와 바위도 조각할 수 있다"라고 실려 있다. "반걸음, 반걸음 쉬지 않고 걸어가면 절름발이도 천 리를 갈 수 있고, 한 줌 흙이라도 끊임없이 쌓으면 언덕을 만들 수 있다"도 역시 순자가 말횄다.
중요한 것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다. 그리고 꾸준함이다. 옳은 방향으로 쉬지 않고 갈 수 있다면 결국 일은 이루어진다.
속도는 상대적인 것이다.
중요한 것은 나에게 맞는 호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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