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월 대보름
너와 함께 올해 첫 보름달을 보고 싶었는데,
그래 내가 지금 이렇게 기운이 없는 건 어제 술을 많이 먹어서가 아니라 같이 달구경을 못해서일까?
아무런 기대도 바람도 이제는 없다고 주저앉은 마음을 달래 보지만,
그건 그래야만 하는 것이지 그렇게 된 것은 아니니까...
네 생각을 하면 여전히 그렇게 할 말이 많아.
니가 좋다고... ... ... ...
내 마음이... ... ... ...
네 생각을 하면 눈이 뜨거워지는 이유는 슬픔도, 분노도, 질투도, 좌절도, 절망도, 간절함도, 억울함도, 그리움도, 서러움도, 아픔도, 안타까움도 아니라고 쓰려고 했는데 그 모든 것일 수도 있겠다.
여전히 나는 네 발등에 내 이마를 대고, 네 발목을 두 손으로 붙잡고 싶은 충동을 느껴.
제발 가지 말라고,
내 곁에 있어달라고.
밤이 내린 작업실은 너무나 조용하고 평화롭다.
창 밖으로 보이는 불빛들이 별빛처럼 아늑해.
내가 원하는 모든 것이 여기에 있어.
너 빼고.
어젯밤엔 집에 들어와서 침대 옆에 정좌를 하고 앉아 반성했지.
술 먹고 친구들에게 헛소리만 하고 들어온 내가 너무 한심해서
이토록 한없이 가볍고 얕고 좁은 인간이지만,
올해는 제발 깊고 무거운 발걸음으로 올바른 방향을 향해
진중하고 흔들림 없이 나아가게 해달라고 아니 그러겠다고.
작가란 무엇일까?
나에게 감동을 주었던 작가들처럼 나는 할 수 있을까?
그런 작품을 만들 수 있을까?
하지만 아티스트가 될 수 있냐 아니냐를 따지기 전에 뭐든 만들어야 해.
따지지 말고 망설이지 말고 그냥 하라고, 하기로 한 거 빨리 하자고, 어서 결과물을 내야 한다고.
계속, 많이.
훌륭한 사람이 되고 싶어.
나도 저 먼 곳으로 가고 싶어.
어느 길로 가야 할지 모르겠지만 꼭 갈 거라고
너에게 하고 싶은 말을 대신해 줄 노래를 만들 거라고
울지 않고 노래할 방법을 찾을 거라고
다짐하고 또 다짐했다.
그래서 지금은 철저히 고립되어 여기 앉아있어야 해.
그게 맞아.
그리고 내가 진정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거짓말하지 말고 껍질을 부수고 가슴속 저 밑에 숨겨둔 욕망까지 들여다보려고 노력했어.
진실은? 진심은? 진짜는? 본질은?
생각할수록 질문은 늘어나고 할 수 있는 답은 줄어만 갔지.
나는 어떻게 이렇게 오만하게 살 수가 있었을까?
잃어버린 시간들에 의미 부여하며 자위하지 말고 앞으로는 잃어버리지 않도록 똑바로 볼 것.
너로 인해 나는 인식의 시점이 달라졌어.
고맙고 놀라운 존재.
넌 내게 나침반 같은 존재야.
길을 잃어버리지 않게 해 주지.
넌 내가 좋은 사람이 되고 싶게 만들어.
너처럼.
#나의화성에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