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은(MyMars) 2021. 10. 5. 00:28

[2021 시필사. 274일 차]

저녁의 미래 - 허수경

 

밤에 장미가 지는 것을 보고

아름다운 편지일 수도 있다고 생각했던 공간

저녁의 미래, 지구의 밤

편지에는 시계가 없었지

별 같아서

언제나 과거에서 오는 별빛이어서

과거 없이 미래만 반복되는 지구여

그러길래 편지를 쓰던 우주의 빛이

이젠 내 과거가 되어

무한히 반복되는 저녁의 미래,

장미가 지는 공간 안에서 편지를 쓸 수도 있었다

어쩌면 저 별은

우주에서 이미 사라지고 없을지도 모르지만

와다오 와다오 과거인 별들이여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너 링거병을 주렁주렁 달고서라도

별들이여 먼 과거의 미래를

네 눈 속에 안약처럼 날 넣어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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